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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奇人) 강태공(姜太公) (1편)

 

 

주(周)나라 문왕(文王)과 만남.

 

지금으로부터 약 3,100여 년 전. 중국 황하(黃河)의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 위수(胃水)라는 강가에서 백발의 수염을 휘날리며, 3년째 낚시질을 하는 노인이 있었다.

  

그렇게 기나긴 세월동안 피라미 한 마리 낚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는 터라 사람들로부터 무위도식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낚싯대를 붙들고 있는 그 노인은 옷자락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누덕누덕 꿰매져 있는데 그나마 깔끔한 기색마저도 전혀 없어 그저 허름하고 보잘것없는 노인에 불가할 뿐이었다.

  

한편 주나라를 건설하여 새로운 인재를 찾고 있던 문왕(文王)은 여러 방면으로 지혜와 경륜이 있는 훌륭한 인물을 물색했으나 모두가 그만 그만할 뿐 특출한 현인(賢人)을 찾지 못했다.

 

그 당시는 국가가 하늘 일이나 나라의 모든 일을 판단할 때 무엇보다 역(易)에 의한 판단을 중요시하던 시기였으므로 역의 논리를 더욱 체계화시키던 시절이었다.

  

그로 인하여 소위 주역(周易)이 생겼던 것인데 인재를 찾지 못해 대단히  고민을 하는 문왕을 안타깝게 여긴, 주역팔괘에 능한 한 신하가 괘를 뽑아보더니, "위수라는 강가를 가게 되면 백발노인이 있는데, 이분이 천하를 다스릴 경세가(輕世家)라는 정단(正斷)이 내려졌사옵니다." 라고 임금께 아뢰었다.

  

문왕은 그 신하가 정해준 날, 정해준 시간에 많은 신하들과 함께 위수강가로 나갔다. 강가에 가서 보니 황량하게 드넓은 강가는 오히려 황무지나 무주공산(無主空山)처럼 적막감만 들었지 막연할 뿐으로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경세가(輕世家)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헛된 소리라고 생각됐다.

 

오직 하나 겨우 눈에 뛰는 것은 저쪽 강변에서 삿갓을 푹 내려쓰고 앉아 있는 허름하고 보잘것없는 노인뿐이었다. 신하들은 그 노인에게로 다가가 뭐라고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보였다.

  

문왕은 웬지 막연하고 답답한 생각이 들어오던 길로 서서히 되돌아 나가면서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오게끔 한 신하가 은근히 미운 생각마저 들며, 애당초의 경세가를 만나겠다는 목적을 단념해 버리고는 넓은 황야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한 신하가 다가와, "경세가를 만나보시옵소서." 라고 주청을 했다.

  

문왕은 귀가 번쩍 띄이며, "아! 그래. 우리가 찾던 경세가가 있단 말이요." 하며 크게 기뻐하며 신하의 안내로 강가로 다가간 문왕은 큰소리를 쳤다.

"이보세요. 경들은 나를 도대체 무엇으로 알고 이따위 행동들을 하오."

그러자 한 신하가 문왕 앞에 엎드려, "저기, 저, 낚시하는 노인이 바로 우리가 찾고 있던 인재입니다. 만나보시옵소서." 문왕은 기가 막혔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일국(一國)의 왕(王)이 보잘것없는 한낱 낚시꾼을 경세가라고 만난다는 그 자체가 우스꽝스런 일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바다 속에 들어있는 신비의 구슬을 알 수 없듯이 사람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는 생각에 일단 그 낚시꾼에게로 바싹 다가서서 먼저 아는 체를 하고는 곧바로 예의를 올렸다.

 

사실 문왕의 그 같은 처신은 대단히 파격적인 것이었다. 한 나라의 임금이 그것도 처음으로 보는 행색이 초라한 노인에게 많은 신하들이 바라보는 가운데서 큰절을 올린다는 것은 보통사람의 생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문왕으로부터 큰절을 받은 노파는 낚시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더니 문왕에게 정중한 답례를 올렸다. 그리고는, "이 늙은이는 강여상(姜呂尙)이라고 합니다. 할 일 없이 허송세월만 보낸다는 뜻으로 모든 사람들은 나를 보고 태공망(太公望: 무한정 바라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도 부른답니다." 라고 말하자.

  

문왕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여상이란 사람은 하늘의 뜻을 알고 땅의 기운을 헤아려 도술(道術)에 능하다는 소문을 이미 들었기 때문에 문왕도 소문의 그 장본인을 한번 만나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항시 갖고 있던 터였는데, 그 바램이 우연찮은 기회에 오늘 이 자리에 현실로 나타난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었다.

  

문왕은 바로 그 자리에서 강여상에게 앞으로 자기를 돌봐줄 것을 간청했고 이에 강여상은 흔쾌히 응낙을 했다. 그러자 문왕은 강여상의 도량을 다소나마 가늠하기 위해서, "낚시를 하실 때 어떤 생각으로 하십니까? 그리고 낚시에도 경륜이 필요하신지요?"

  

문왕의 이 같은 질문에 강여상은, 낚시 밥을 크게 던져주면 큰 고기가 물리고, 작게 던져주면 작은 고기만 물리지요." 라고 하자 문왕은 크게 감동하였다.

  

강여상이 하는 이야기는 바로 제왕인 자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로 크나큰 포용력이 있게 되면 큰 인물을 만날 수 있고, 또 다른 각도에서는 만조백관들에게 후한 녹(祿)을 주게 되면 사사로운 정치보다는 큰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이해했기 때문이다.

  

문왕은 곧바로 강여상을 왕상(王師)로 등용하였고, 강여상은 이름대신 태공(太空)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훗날에는 제나라를 건설하여 시조가 되기까지 많은 경륜으로 어려운 난국은 해결했다.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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