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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재(鬼才) 이도사(李道士) (완결)

 

 

영의정 친부모 묘 자리를 찾아주다.

 

이도사는 이렇게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조선 팔도의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돌아다니면서 세월을 보내다가 어느 날 계룡산(鷄龍山) 어느 깊은 골짜기에 산사태로 무너진 흙더미 속에 해골이 굴러다니는 것을 보았다. 이상하다 싶어 호주머니에서 철패(鐵牌:풍수들이 가지고 다니는 일종의 나침반)를 놓아 보았더니, 뜻밖에도 그 자리는 재상이 나올 명당이었다.

 

그래서 이도사는 나뭇가지를 꺾어 해골의 왼쪽 눈에 꽂아 표시해 놓은 채로 장안으로 내려 왔다. 그런데 영의정 벼슬에 있던 한 재상이 별안간 왼쪽 눈이 칼로 도려내는 듯, 송곳으로 쑤셔대는 듯, 소금을 뿌리는 듯한 따가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이러한 변괴로 영의정 집안은 온통 난리가 일어나 마치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시끌벅적하며, 유명하다는 명의를 모셔다 손도 써보고, 귀신이 씌웠다하여 굿을 해보기도 했으나 아무런 효험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으며, 온 마을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소문만 자자할 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때마침 마을 주막에서 그 소문을 듣게 된 이도사는 초라한 모습을 한 채로 영의정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그랬더니 하인들은 이도사의 행색을 보고는 노발대발하며 당장 나가라고 고함을 쳤다.

 

그래도 사정 사정을 한 연후에 겨우 영의정을 만나게 되었는데, 영의정과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이도사는 갑자기 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가 환약 하나를 꺼내 영의정의 왼쪽 눈에 붙여주었다.

 

그리고는 주역팔괘로 치료가 가능하겠는가 하고 괘를 만들어 보더니 자신이 전에 해골에다 나뭇가지를 꽂아 놓은 그 해(年)의 안손방(眼損方)과 관계 있음이 나타났다.

 

본래 안손방이란 눈이 아프거나 심한 경우에는 실명(失明)까지 하게 되는 것으로써 이사를 하거나 묘를 옮기는데 대기(大忌)하고 있는 천체(天體) 구성(九星) 중의 하나였다.

 

이도사는 일단 영의정 집을 나와 다시 계룡산으로 급히 가서 해골 왼쪽에 꽂아두었던 나뭇가지를 빼고 영의정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후 영의정은 그 무시무시한 통증이 씻은 듯이 가시고 시력도 점차 회복되는 기쁨을 맞게 되었다. 영의정은 이도사의 은덕을 무엇으로 보답할지 모르겠다며 극진한 대접을 했다.

 

그러한 과정에 이도사는 영의정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상대감, 소인이 영상의 눈을 치료했다고 물질적 보답을 받는 것은 도리가 아니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이 집안의 대대로 내려오는 조상의 내력을 알고자 할 뿐이오."

 

영의정은 이도사의 말대로 조상의 내력을 설명해 주고는 부모님의 무덤까지 안내해 주었다.

이도사가 영의정 부모가 묻힌 묘 자리를 살펴본 바 겉으로 호화스럽게 꾸며 놓은 것과는 달리 좌청룡(左靑龍)·우백호(右白虎)·안산(案山:묘가 바라보는 산)·득수(得水, 水口:물이 처음 보이는 곳)·사봉(砂峯:묘 주위에 있는 여러 모양의 봉우리)등을 견주어 볼 때 결코 재상의 묘 자리는 아니었다.

 

더불어 그 윗대 조상들의 묘 자리까지 보았으나 역시 재상이 배출될 만한 묘는 하나도 없어 이도사는 자신이 하늘같이 믿어오던 풍수설이 허황한 것은 아닌지 또는 자신이 뭔가 잘못 배운 것은 아닌지 하고 허탈감에 빠져 한숨만 쉬었다.

 

게다가 또 한 가지 풀리지 않는 난제는 계룡산 그 해골이었다.

주역상으로는 틀림없이 그 해골 때문에 눈이 아팠고 영의정의 집안과는 무관한데 어찌 그런 현상이 날까하고 고심하다가 영의정의 말이 뭔가 잘못이 있나 싶어 주역팔괘로 영의정의 심사(心事)를 알아보기도 했다.

 

이도사 자신이 앉아 있는 방위가 정서쪽이고 작괘 시간이 아침 묘시(卯時:05:00∼07:00시)이므로 진위뢰괘(震爲雷卦)가 구성되었다.

 

이 진위뢰괘는 상하 모두가 진뢰(震雷)가 겹쳐 실속이 없는 괘로써, '진경백리 유성무형(震驚百里 有聲無形)'이라 하여 진동하는 소리가 백 리까지 들리는데 형체가 없다는 뜻으로 영의정 말에 거짓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도사는 영의정을 은밀히 만나 괘(卦) 설명을 하면서 사실을 털어놓을 것을 부탁했다.

그랬더니 영의정은 이도사의 부탁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참동안 눈을 감은 채로 뭔가 골돌이 생각을 하다가 결국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요전에 본 부모님의 영택(永宅: 묘 자리)은 친부모가 아니고 백부 백모님입니다.

 

그 까닭은 아들이 없는 백부모님께서 저를 양자로 삼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내 생부님께는 항시 송구스런 생각과 함께 더 민망스러운 것은 생부의 묘 자리도 모르는 불효자이기 때문이지요."

 

그때서야 이도사는 자신이 계룡산에서 보았던 해골 이야기를 해주고 그 해골이야말로 영의정의 생부임에 틀림없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한 까닭은 명당 중에서도 재상이 나올 명당인데 해골이 굴러다니기에 임자를 찾아주려고 시험삼아 나뭇가지를 꽂아보았다는 것을 서로간에 얘기를 나눔으로서 알게 되었다.

 

영의정은 이도사가 시키는 대로, 친부모의 유골을 명당자리에 묻고 정성껏 모시게 되었으며, 이도사는 영의정이 보답사례로 주는 거금도 뿌리친 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구제해 주고 다니다가 말년에는 도(道)에 능통한 축지법 변장술로 간혹 세상에 나타나 사람을 종종 놀라게 했다 한다.

 

 

★ 귀재 이도사 이야기는 여기서(6편)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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