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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朱字)선생의 고민거리

 

 

중국 송(宋)나라 시대에 유명한 주자(朱字)선생이 관료로 있을 때의 일이다.

 

주자선생은 아첨과 아부, 방탕 등으로 천자(天子)의 눈과 귀를 가리고 갖가지 비행을 일삼고 있는 간신들의 무리가 백성들의 원성을 사고 있어 이들을 쫓아내고 바른 정치를 하려고 오래 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 오래된 악의 무리들이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으로  악의 무리를 쫓아내기는 커녕 오히려 악의 힘에 의해서 누명을 쓰고 죽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썩어 쓰러져 가는 나라를 보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라,  죽음도 불사할 결연한 각오로 탄핵상소를 올려 악의 무리들을 척결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망국지신 추제필흥(亡國之臣 追際必興),  즉 나라를 망하게 하는 간신들의 무리를 쫓아내므로 반드시 나라가 흥왕 할 것이라.'는 기나긴 내용의 탄핵상소문을 써 놓았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선생의 수많은 제자들은 선생 앞에 엎드려 상소불가론(上疎不可論)을 주장하고 나섰다. 왜냐하면 간신들의 무리가 한두 명도 아니고 얽히고 설킨 수백, 수천 명에 이르는데, 상소를 한다는 것은 화약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음을 주장해 끝내 만류했다.

  

며칠을 두고 그러한 상황이 계속되고 구구한 혼란과 말썽만 이어질 뿐 결론이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제자들과 함께 주역팔괘(周易八卦)에 의해 최종 결론을 짓기로  타협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하면 탄핵상소를 올려도 무사할는지 아니면 탄핵을 포기하고 관직에서 물러나야 할는지 등을 역괘에 의해 알아보도록 한 것이었다.

  

선생은 너무도 크나큰 중대사였기에 며칠 동안 출입을 삼가고, 목욕 재개를 한 후 정중한 마음으로 작괘(作卦)를 해보았다.

 

작괘하는 날짜가 술일(戌日)이고, 시간이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였으므로  천산돈괘(天山遯卦)를 얻었다.  이 괘는 난중괘(亂中卦)로써 대단히 흉괘(凶卦)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당시의 시대상을 잘 나타내주는 괘였다.

 

본래. 주역 원문은 괘의 모든 뜻을 함축하여 글자는 바로, '매사를 적극적인 것보다는 겸양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물러갈 퇴자(退字)로 나타나 있었고 또한,  '돈형소리정 돈미려 물용유수왕 가돈정길 비돈무불리(遯亨小利貞 遯尾勵 勿用有收往 嘉遯貞吉 肥遯無不利)라 하여  은둔생활을 하게 되면 통하는 것이 있을 것이요.  소인은 마음이 곧고 올바라야 되며 최초의 은둔생활은 위태롭고 걱정이 많겠지만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 불길하다. 그러나 훌륭한 은둔생활은 장차 좋은 일이 있어 외롭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주역 원문의 극히 일부 내용이지만,  전체적인 뜻은 결국 은둔생활을 해야만 되는 것으로  풀이가 되어 주자선생과 제자들은 괘에 나타난 대로 선생이 은둔생활을 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였다.

  

그리하여, 선생은 깊은 산골짜기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할 수 있었던 바, 후일에 송나라는 물론이고 온 중국대륙까지 전파되어 몇 백년 동안을 면면이 전해내려 온 주자학(朱子學)을 전승시켰다.  만약  선생께서 그 당시 상소를 올렸더라면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 주자학이 성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악의 무리들과 자리를 같이 하면서 안일한 마음으로 나라의 녹을 마냥 먹을 수만도 없는 갈등에 처해 있을 때. 주역팔괘를 따라 결정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하고 신비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역시. 주자선생은 주역 괘의, '은둔생활을 하게되면 후일에 크게 이롭다.'는 지적처럼 대학자가 되었고 후학에도 업적을 남긴 것이다.

  

요즘. 현대인의 습성, 즉 주역에 의한 결론을 믿기는 커녕. 그 자체를 미신이라고 일축해버리는 경솔함에 비한다면 그 당시에 그럴 만한 수용능력을 지닌 주자선생의 처신은 우리 스스로를 고개 숙이게 한다.

 

달나라를 왕래하는 요즘 같은 과학시대나  주자시대의 그 날이나 주역의 예언능력은  참으로 놀랄만한 것임에도, 어느 종파나 어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미신이라고 혹평하는 것은 사람들이 얼마나 단편적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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